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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리포트
제목
바람과 빛이 빚는 우리네 처마의 맵시 - 한 진 화천한옥학교장
작성자
최삼경
작성일
2017.03.10
조회수
1070
내용
 강원의명인

강원의 명인 27

바람과 빛이 빚는 우리네 처마의 맵시- 한진 철원역사문화 연구소장

화천 안옥학교는 역사가 짧은 터이지만, 화천군은 물론이고 한옥학교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미치는 영향력과 공헌은 나름 탄탄하다

화천군 간동면 모현동에 자리 잡은 화천한옥학교. 왠지 이 모현동 '募賢'이라는 지명이 마음에 감긴다. 매서운 겨울의 들과 산은 줄기와 가지로만 남아 황량한데 푸른 나무는 더욱 푸르러 정한 기운이 성성하다. 야트막한 산을 뒤로 하여 기와지붕이 서로 어깨를 건 한옥이 열 서너채 늘어서 있는 한옥학교. 작업장과 학교로 지어져서인지 일반 한옥보다는 규모가 큰데다 수업이 있는지 연신 전기톱 소리가 올려 퍼진다. 화천 한옥학교는 지난 2004년 설립되었으니 이제 약관의 나이에도 미치지 못한 만큼 역사가 짧은 터이지만, 화천군은 물론 이고 한옥학교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미치는 영향력과 공헌은 나름 탄탄하다.

"힘을 쓰는 실습교육을 받자면 먹는 것을 잘 먹어야 하니 식재료는 최상의 것으로 아끼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

화천한옥학교에는 현재 6개월 일정의 대목반과 4개월 과정의 소목반이 번갈아 연중 7차례의 정기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주말 등을 이용한 황토집 건축과정 등 필요한 수업이 그때그때 이어진다. 교육생들은 100%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숙식을하게 되는데, 마침 한옥학교장인 한진 선생과 인터뷰를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게 됐는데 반찬이고 밥이고 기대이상이었다.

"힘을 스는 실습교육을 받자면 먹는 것을 잘 먹어야 하니 식재료는 최상의 것으로 아끼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며 예의 사람좋은 웃음을 웃는다. 마침 교육이 끝난 소목반 교육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들어와 밥을 먹는데 연령대는 제각각 이지만 말투며 얼굴 표정이 밝고 힘이 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주거공간의 변화는 국민들의 생활방식과 의식을 바꾸었고, 당연히 한옥의 맥은 거의 단절되었다."

한진 교장은 밥을 먹으며 "우리나라 근대화 과장에서 '아파트'라는 일종의 '괴물'이 나타났고, 우리 국민들의 주거공간이 바뀌었다. 이러한 주거공간의 변화는 국민들의 생할방식과 의식을 바꾸었고, 당연히 한옥의 맥은 거의 단절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모든 혐의를 다 아파트에 둘 수는 없지만, 공동체의 와해나 소통의 단절 등 현재에 나타나는 폐해는 어디에서 기원할까를 생각해볼 때 많은 부분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의 풍광이 비슷하다. 어느동네의 아파트가 더 높고 큰가라는 경쟁을 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을씨년하다. 이것은 마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얼굴을 하고 사는 것만큼이나 크로테스크한 풍광이지 않겠는가. 경제와 효율이라는 일방의 물살에 휩쓸려 있는 것이지만, 아마도 그 밑에는 일상생활의 편안함이라는 요서가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용을 하였을 것이다.

단골막이 착고 모습

"그 하나가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에 들어가는 '단골막이 착고'이고, 또하나가 벽체의 단열효과가 우수한 '한옥단열벽체'이다"

'편안함'은 마음과 몸에 고통이 없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마음이야 개인적인 것이라 일괄적 계량이 어렵지만 몸은 물리적이라 어느 정도의 기준마련이 가능하다. 한옥은 무엇보다 단열과 프라이버스 문제가 오랫동안의 고질적 문제였다. 특히 목재와 황토로 짓고 마감하는 특성으로 천정과 벽, 벽과 기둥 사이에 균열이 가고 뒤틀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화천한옥학교에서는 이 뒤틀림 문제를 해결하는 재료를 직접 만들어 실용신안 특허를 얻었다. "그 하나가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에 들어가는 '단골막이 착고'이고, 또 하나가 벽체의 단열효과가 우수한 '한옥단열벽체'이다. 여기에 기둥과 벽의 갈라짐을 막고 벽면의 심미적인 색채감을 높을 수 있는 '뿌리는한지 벽지'는 새로운 출원을 신청중"이라고 한다. 특히나 "이 '뿌리는 한지 벽지'는 황토를 섞은 황토벽지로 시공도 간단하여 신축건물은 물론이고, 기존 건물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상업성도 높다"며 한교장의 얼굴이 밝아진다. 한옥만큼이나 한국적 인상을 지닌 그의 어디에 이런 현대적 마케팅 기법이 숨어 있는지 새삼 살폈으나 그저 오래된 강원도 감자같은 인상만 확연할 뿐이어서 공연히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강원의명인2
단골막이 착고 모습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교장은 "올 한해 우리 화천한옥학교 최대 현안사업은 법인화라고 얘기한다. 한옥학교가 세워질 당시부터 화천군의 전폭적인 믿음과 관심 덕에 개교가 가능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감사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지역에 기여할 방법들도 찾아왔다"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기반이 닦였으니 화천군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생력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고민해 온 것이 법인화 문제이다. 지금까지 한옥학교는 화천군 관내의 한옥 55동을 시공하여 화천군에 정책하는 분들의 편의를 높여왔다. 해외에도 독일 베를린의 통일정 등 3동을 지었으며, 노르웨이와 스웨덴에 세계 평화의 종 울림 사업을 위한 종각을 지었다. 또한 지금까지 대목반 1,031(49기수)명, 소목반 117(9기수)명 합해서 총 1.148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는 등 한옥 기술자 양성의 명문교로 발돋움 하고 있다.

화천한옥학교 교과정 안내
대목과정은 6개월, 교육비 150만원(숙박비 무료)
소목과정은 4개월, 교육비 120만원(숙박비 무료) 각 과정별 국비 200만원지원
※화천관내에 한옥 신축은 재료값(한옥학교 실습 목재비) 부담 건축 가능. 기타 자세한 사항은 한옥학교 사무국(033-442-3366)으로 문의

근현대화 과정에서 아파트로 대표되는 서구 주택양식이 물결처럼 쏟아져 들어왔지만, 그래도 우리 심성에 오래도록 심어져 온 것이 마당 넓고 대청마루 시원하던 한옥이 아니던가. 그래도 최근에 친환경 바람과 나만의 공간이라는 트랜드에 맞춰 우리 고유의 한옥의 가치과 높아져 반가운 마음이다. 특히나 설비 문제, 유지관리 문제, 고비용 문제로 외면 받던 한옥이 탈바꿈하고 있는 추세다. 음식점, 카페, 호텔, 미술관 및 박물관 등 다양한 분얄 인기를 끌면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신축 아파트에 한옥의 요서를 접목시키거나 타운 전체를 한옥마을로 꾸미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많지 않은 외국여행 경험이지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적인 주거 방식이고, 골목이고, 마을 이었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흉내 내거나 따리오지 못하는 그 나라만의 강력한 상품이 되지 않던가.

이점에서 한옥은 우리나라가 내세울만한 또 하나의 한류상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에게 사랑받는 집이라는 전제 조건이 만족돼야 할 것이다. 대를 이어 가족들이 살아가고, 몇 대 선조의 손길이 남아 전해지는 집. 이처럼 문화의 전파력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눅진한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네 초가지붕이나 기와지붕아래 또는 수수깡과 흙으로 개어진 벽, 돌담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인가. 우리 그림의 여백이 그냥 비어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전통의 한옥도 그냥 비효율의 빈 공간이거나 휘임이 아닌 것이다. 교육생들이 기초적인 기술의 습득이야 당연히 익혀야할 필수 과정이지만, 한진 교장은 이렇게 비고 휘고 또 열려 있는 주거공간이 주는 어떤 정신을 알아가길 바라고 있다.

한옥은 보기에는 소박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기실 그 건축과정이 만만치 않다. 나무, 흙, 돌 등 자연에서 나는 다양한 소재를 갖고 바닥과 기둥, 보, 도리, 공포를 짜고 추녀내기, 서까래걸기와 지붕을 놓고 벽을 세우는 등등의 까다로운 시공과정을 거처야 한다. 당연히 이들 소재를 잘 만지는 목수와 기와공, 미장공, 단청장(丹靑匠), 석수(錫手) 등이 각각의 분야에서 숙련된 장인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집이 앉을 형세와 방향, 형태 등의 풍수가지 고여해야 한다. 결국 이 모든게 생활의 쾌적함과 위생, 전망 등등의 편리함을 극대화 하고자 했던 오랜 지혜이다. 이렇게 복잡한 고려와 특수함이 엮여 있으니 건축과 시공법이 매뉴얼화 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설계와 시공, 소재 등등의 데이터 베이스 작업 등 현대화 작업이 너무나 소중하고 기쁘다고 말한다.

다들 아다시피 남산골 한옥마을, 북촌, 전주 한옥마을, 경주 양동마을 등에는 많은 국내외 광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금도 정보나 많은 지자체에서는 관광과 문화를 내세우며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성과가 쉬 잡히지 않는다. 그만큼 문화는 오랜 시간과 공이 필요한 것이라는 반증이다. 이제는 우리조차 신기하고 낯설게 된 한옥을 우리 스스로 자연스럽게 여기게 될 때야 외국인들에게도 멋진 문화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될 것이다. 실제로 문화재 가치가 있는 한옥 숙박시설의 영업 통계를 보아도 월등히 많은 사람들이 숙박을 했고 이익을 낸 자료가 있다. 주위의 산세는 물론 계절에 따라 다른 태양의 빛과 바람의 향배가지 고려해서 지은 한옥은 구들의 효용과 함께 우리 민족이 내세울 자랑스러운 컨텐츠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면에서 전국의 한옥과 관련한 단체와 장인들의 노력에 경의를 보내며 파이팅을 건넨다. 아, 물론 화천한옥학교는 당연하게도 그 앞자리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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